갑자기 떠나는 여행
어제 18:0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왔다. 원래라면 부모님을 뵈러 본가에 갔어야 하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냥 제주도에 왔다.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릴 때 부터 도착할 때 까지 나는 무척이나 긴장했다. 오랜만에 혼자하는 여행이기도하고 무려 8개월만에 자동차를 렌트하여 운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번도 해본적 없는 야간운전으로 말이다.
나는 내가 도로위의 무법자가 될 줄 알았다. 혹여나 사고가 나면 어떡할까. 빠르게 달리지 말아야지. 주차에 실패할까. 온갖 걱정으로 인한 긴장으로 비행 내내 온몸에 힘이 들어갔고 제주에 도착 했을 땐 진이 빠져있었다.
렌터카 대여점으로 이동하는 무료셔틀은 대기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왔다. '아, 시작이 안좋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운전하는 미래가 걱정되어 정말이지 힘들었다.
렌터카를 빌리고 차량 동영상을 찍고 차에 앉아서 시트를 세팅했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매고 네비게이션이 작동하기를 기다렸다. 기다려먼서 사이드미러도 조정하고 야간 운전을 위한 라이트 사용법도 숙지하고, 에어컨도 세팅했다. 네비게이션이 켜지고 운전대를 돌렸는데, 운전대가 꽉 막혀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뭔가 잘못한건가 싶어 내려서 이것저것 확인해봤는데 문제가 없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차가 앞 뒤로는 움직이는데 옆으로 안움직이는걸 처음봐서 더욱 당황했다.
지금 세상에 ai가 발달해서 정말..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GPT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차키를 전원버튼에 가져다대면 보안장치가 해제된다고 한다. 그렇게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핸들을 움직여보니 잘 되더라.
이렇게 렌트카를 빌리고 21:30에 힘겹게 숙소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운전은 재밌었다. 밤이라 그런지 차도 별로 없고 창문을 열고 시원한 제주 바람을 느끼는게 너무나 신났다. 긴장이 풀리고 재밌게 숙소로 가던 와중에 문뜩 떠오른게, 저녁을 안먹었다.
너무나도 배고팠는데 지도를 확인해보니 문 연 식당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먼저 도착해서 짐을 풀고 식당을 찾기로 했다. 숙소는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을 갖고있었다. 필로티주차장이 뭔지 어제 처음 알았는데, 이름이 너무 강렬해서 너무나 겁이 났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완벽한 주차를 한번에 해냈고 정말이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혼자 여행와서 혼자의 힘으로 렌트하고 주차까지 성공하다니 !
숙소에서 짐을 풀고 식당을 찾아보았는데, 불이 켜진 매장은 술집뿐이었다. 뭐 겸사겸사하는 마음으로 숙소 인근의 호프집에 가서 맥주와 함께 피자를 먹었다. 익숙한 맛이지만 매장 사장님과 수다를 떨면서 재밌게 식사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나는 airbnb를 좋아한다. 사람의 향기가 많이 묻어있는 집을 빌려 잠시 지내고 가는 느낌이 좋아서 그렇다. 이번 여행 숙소는 가성비 숙소로 골랐다. 혼자 지내기에 좁지도 넓지도 않은 방에 침대 하나, 티비 하나가 전부이다. 아, 아침마다 나오는 호스트의 정성어린 조식도 있다. 비록 음류수 하나와 모닝빵이지만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오늘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제주도에서만 구매가능한 유니클로 감귤티를 사러 오픈런을 갔다. 귀여운 티셔츠랑 내일 서핑할 때 입을 나시를 하나 사고 고기국수를 먹었다.
냄새도 안나고 가벼운 육수를 적절히 소금/후추로 간해서 먹는데, 너무나 맜있엇다. 알고보니 유명한 맛집이더라. 한가지 아쉬운건 냉국수 메뉴가 품절이라 뜨거운 국수를 먹어야 했다. 오늘의 제주도 날씨는 30도가 넘고 습도가 60%를 넘어 정말 덥고 찝찝한 날씨라서 시원한 음식이 땡겼는데, 아쉽다.
그리고 지금은 어제 호프집 사장님이 알려준 브루잉 카페에 왔다. 오랜만에 새콤한 과테말라 워시드 원두 향을 맡으니 고민도 걱정도 다 사라지는 기분이다. 커피를 먹으면서 링크드인도 정리하고 이력서도 조금 수정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toc도 추가하고 글도 하나 쓰고있다.
이제 클라이밍 하러 가야지 !
휴직
사실 나는 휴직을 하고싶었다. 지금의 나는 마음이 너무 낡았다.